SLOW

 세상 빠르게 변한다.

피와 살이 농기를 휘두르고 땅의 에너지가 생명을 움 틔우던 시대를 지나, 인간이 기계를 타고 달려 농업 혁명을 일구고 산업혁명을 지나, 화학비료의 힘으로 작물을 거대화 시키는 풍경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농업의 중심을, 공장의 중심을, 산업을 중심을 움직이던 인간 + 기계 조합의 머리가 바뀌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인공지능은 각 산업의 모든 부분에서 인간을 대치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인공지능 + 기계 조합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고작 몇 백 년 만에 세상의 그림은 얼마나 변한 것일까?

그런데 동시에 참 변하지 않는 것들도 많다.

사람들은 여전히 낮잠을 게으름과 여유의 두 가지 잣대 사이에 평가하며, 조리과정 오래 걸리는 요리를 만들어 그 정성에 비해 냉정하리만치 짧은 시간 안에 즐기고, 황금 비율에 가까운 이목구비를 가질 수록 이성에게 높은 첫 인상 점수를 얻는다. 그리고 사랑 노래의 레퍼토리는 수 천년 동안 무한 복제되었음에도 여전히 심금을 울리며, 통속 드라마는 욕을 먹지만 최소한의 시청률을 보장하고, 여전히 ‘요즘 애들은 건방지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숨은 일등 공신은 ‘커피’로 알려져 있으며, 차는 이때 인기가 주춤해 졌다. 대신, ‘각성’ 기능의 왕좌를 물려주며 ‘휴식’의 상징으로 살아 남았다. 그런데 이렇게 주춤해진 수요에도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 속에서도 ‘다도(茶道)’ 문화는 명맥을 유지해왔으며, 요즘 들어 몇 해 전보다 오히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어떤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까. 가쁜 호흡을 하는 우리와 여러 가지 면에서 참 어울리지 않는데 말이다.

나라는 사람은 얼마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삶의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그리고 더 자유롭기 위해 노력해 왔는가. 특히나 자유는 인류가 프랑스대혁명**으로 어마어마한 피를 치르고 얻어낸 승리의 선물이었다. 그때부터 인류는 더 자유롭기 위해 많은 것들을 버리는 역사를 감행했다. 산업화의 규격에 맞추어 가족은 핵(nuclear)화 되었고, 자유의 욕구에 발맞추어 개인주의는 사회 예절의 기본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더 자유로운 인류는 더 행복해졌을까?  

나는 외롭다, 자유로운 나는 더 외로워졌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다.

인간의 어떤 부분은 참 지겹게도 바뀌지 않는다.

 

‘어떤 것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Something never changes).’

 

 

 

*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유사하게 등장한 유명한 문구 ‘요즘 애들 버릇없어’

** 독재적인 왕정을 타파하고 권력을 시민들에게 양도하게 하고자 벌어진 프랑스의 유명한 유혈혁명이었지만, 인문학적으로 바로 이때부터 자유주의, 개인주의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철학 유파가 있다. 비롯된 자유로운 사상과 권리의 발현은 산업혁명에도 영향을 미치고 인류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그러나 어떤 인문학자들은 이렇게 자라난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로 인해, 현대인들의 우울증, 자살, 연쇄살인 등의 새로운 병폐가 생겼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글: 정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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